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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h Arendt, Action 한나 아렌트

7 min read|25. 3. 22.

니체, 사르트르에 이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이어 나가고 싶었다. 한 명의 철학자를 고르기보단 여러 철학자의 이야기를 공부했는데, 그 중 인상 깊었던 한나 그랜트의 철학 중 일부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아렌트는 인간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하는 활동을 노동, 작업, 행위 세 가지로 구분 지었다. 그리고 그 중 '행위'라는 활동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활동이라고 한다.

노동(Labor)

보통 노동이라고 하면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이라는 뉘앙스를 준다. 아렌트는 생존을 위한 활동을 '노동'이라고 표현했다. 단어에서 느껴지는 무언가는 지울 수 없다. 노동을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해서 노동의 가치를 무시한 것은 아니다. 노동에만 매몰되지 말라는 의미이다. 예를 들면 살기 위해 밥을 먹는다던가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던가. 하지만 여기에 이유가 달라진다면 노동이 아니라 작업이 될 수 있고 행위가 될 수 있다. 단순히 피로해진 몸을 회복하기 위해 쉬는 시간은 노동이겠지만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이에 따라 깨달음을 얻는다면 작업이 될 수 있고, 책을 읽고 토론한다면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작업(Work)

인간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활동을 의미한다. 예술 작품을 만든다던가 새로운 건축물을 짓는다던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던가 창조적인 활동을 모두 포함한다. 이런 창조적인 작업이 결과물에 그치면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아렌트는 행위만이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한다.

물론 지금의 관점에서 소프트웨어는 참 많은 것을 바꿔놨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부터 무언가를 소비하고 추구하는 것까지 인생의 많은 것을 바꾼 것이 사실이다.

행위(Action)

사람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활동을 이야기한다. 소통을 넘어 사람들과 연결되고 영향을 미치는 행동들을 말한다. 정치처럼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토론과 같이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새로운 것을 깨닫는 활동까지를 포함한다. 공동체 정신과도 연관이 있다.

해석

소비, 창조, 영향

이 세 가지는 단순히 어떤 활동(Activity)을 하는지를 기준으로 나뉜 것이 아니다. 그 활동이 어떤 결과물을 만드는가 질문해야 한다. 같은 활동이라도 단순히 개인의 생존에 그친다면 노동인 것이다. 어떤 결과물(output)을 만들었다면 작업이다. 그리고 이 결과물이 어떤 결과(Outcome)를 만들고 변화를 만들었다면 행위인 것이다. 세 가지를 다르게 표현한다면 소비, 창조, 영향이 아닐까 싶다.

의도

이것을 지향점, 이유 또는 의도라고 표현하고 싶다. 내가 작성하고 있는 이 글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쓰는 것이라면 노동일 것이고 나만의 사고 흐름을 글로 표현한다면 작업인 것이고 이 글을 통해 무언가 변화를 만든다면 행위인 것이다. 하고 있는 일에 자신만의 의미를 찾고 부여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쓰는 이 코드가 단순히 일이기 때문에, 해야 해서 한다면 소비일 것이고 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하나의 프로젝트로 인지하고 작성한다면 창조일 것이고 이 제품이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면 영향일 것이다.

마무리

한나 아렌트라고 하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지금 하는 일이 무슨 일인지 인지해야 한다. 인지하는 것을 넘어서 의미를 생각하고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생존하는 삶이 아니라, 의미있는 행위를 하는 삶을 고민해야 한다. 생각 없이 살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고 '악의 평범성'처럼 중요한 결정을 다른 무언가에 맡겨버리게 된다. 의미 있는 삶은 사회적 틀이나 타인의 판단에 맡기지 말고, 본인 스스로 결정하는 자유를 통해 새로운 시작을 창조하는 것이다.